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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보편적인 원칙과 표준에 입각하여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충언을 올리면, 아무리 듣기 거북할지언정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겨들어야지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으니, 보는 사람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Born to Rebel]은 사실 저같이 가족관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자들에게는 싫든 좋든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 되었습니다. 뭐 저는 설로웨이보다는 주디스 해리스에 동감합니다만, 여하튼 과학 도서 저변 확대에 나름대로 기여하고자 최대한 판매에 도움이 되도록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비판은 서평에 넣지 않았는데, 그건 진화생물학적인 입장으로 보면 사실 설로웨이 이론이 허술하다는 겁니다. 특히 niche divergence는 실소까지 자아내게 하는 개념인데, 왜냐하면 생물학에서 이러한 niche 분화는 개체군 수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개체군이 특정한 niche를 차지하고 있으면 다른 개체군이 다른 niche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분화가 된다는거죠. 예컨대 나무 위의 과일을 따먹는 기존 개체군 때문에 다른 개체군은 나무 아래의 먹이에 맞는 생활양식을 갖게끔 유전적 분화가 일어난다 이런 식이죠. 그런데 각각 단 한 개체인 장자와 동생들 사이에 무슨 niche가 있고 분화가 일어나겠습니까. 설로웨이는 다윈의 행적에 관한 생물학사나 기존의 발달심리학이나 성격심리학에 대해서는 일류전문가이지만, 정작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행동생태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가족에 대해 진정으로 엄밀한 진화생물학적 논의를 보려면 차라리 우리 나라에서는 [살아있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다]라고 번역된 Douglas Mock의 'More than kin and less than kind'가 나을 것입니다. 26년동안 공부했다는데 어떻게 그가 모를 수 있겠느냐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설로웨이는 사실 24년동안 "출생순서가 실은 성격 형성에 (특히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이는 면에서) 중요하다"는 책을 쓰려고 했습니다. 다윈혁명에 관여된 사람들 사이에 출생순서효과가 나타나는 것에 깊이 감명받은 나머지(?) 다른 혁명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심리학에서 등한시되어온 출생순서 효과를 다시 부활시키려고 노력했죠.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다윈의 이론으로 출생순서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답니다. 그래서 마지막 2년동안 자신의 데이타에 다윈적 설명을 갖다붙이는 일을 한거죠.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역사적 데이터건, 기존 심리학 연구에 대한 설로웨이의 메타분석이건, 책에 나오는 데이터들은 사실상 거의 전부 "출생순서가 성격에 중요하다" 이 명제만 뒷받침할 뿐입니다. 책의 구성상에는 가족에 대한 진화적 설명이 먼저 나오지만, 이 이론틀에서 도출되는 여러가지 진화적 예측들을 검증하기 위해 이십몇년동안 작업을 한 건 아닌거죠. 다시 말하면, [타고난 반항아]는 그냥 어느 성격심리학자가 출생순서는 중요치 않다는 기존의 견해에 맞서서 방대한 데이타를 들이대면서 출생순서도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그냥 심리학 책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출생순서 효과를 보여주는 데이타를 수집한 다음에 이를 설명한 이론틀로서 다윈 이론을 발견했다는 말이 실린 인터뷰 그외에 주디스 해리스의 반박은 우리 나라에도 번역된 [개성의 탄생]에 잘 나와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소동에 나오는 글들 주디스 해리스의 비판들은 그녀의 홈페이지에도 실려 있습니다. 서평 말미에 썼듯이, 출생순서 효과는 가족외에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즉 장남이라고 해서 남들과의 관계에서 딱히 더 지배적이거나 자신감이 넘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형이 집안에서야 동생에게 폭압적으로 굴지 몰라도 집밖에서는 소심하고 사근사근할 수 있다는거죠. 동생이 집안에서야 새로운 것에 개방적일지 몰라도 집밖에서는 보수적일 수 있다는 거죠. HealyEllis.pdf: 가족내 관계 연구에서 출생순서 효과를 발견한 최근 논문. 어쨌든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읽어볼만한 책이긴 합니다. 저자의 박학다식함은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니, 책에 소개되는 방대한 역사적 에피소드들 읽는 것만으로도 4만원 본전 뽑으리라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느낌은 굴드의 대작 [Struture of Evolutionary Theory]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읽긴 읽되 비판적으로 읽으라고 권유하는 심정이랄까요? ㅎㅎ
오늘자 한국경제에 실린 서평입니다.
"아주 이따금 학계를, 나아가 모든 사람들의 사고를 뒤흔드는 책이 나타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지난 세기의 가장 위대한 진화생물학자였던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로부터 이런 서평을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사사건건 대립했던 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Steven Jay Gould)와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로부터 한 목소리로 격찬을 듣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과학사학자이자 진화발달심리학자인 프랭크 설로웨이(Frank Sulloway)가 1996년에 쓴 <타고난 반항아>는 출간과 동시에 열렬한 찬사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소설"이라는 혹평까지 받으면서 엄청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역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신의 섭리도, 계급 간의 불평등도, 합리적 이성도, 억압된 성욕도 아니라 가족 내의 소소한 다툼이라는 주장을 무심하게 흘려들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 이어지는 내용 광우병이 몰아치더라도 당장 연구는 해야겠기에 (--;) 연구 보조할 학부생을 구합니다.
크로스로드라는 웹저널에 짧은 에세이를 하나 썼습니다. 원래 제목은 '버스가 도착했다"로 보냈는데 제목을 "버스는 이미 도착했다"로 바꾸었군요. 그 외에 본문은 거의 하나도 손대지 않고 보낸 그대로 실어준 것 같습니다 (감사...)
버스가 중의법을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다윈혁명이라는 "버스"와 제 지도교수였던 데이빗 "버스"를 의도한 건 아닌데, 쓰다 보니 데이빗 버스 이름이 제일 처음에 나오게 되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군요. 삽화도 제 마음에 듭니다. 다윈이 몰고 있는 버스의 빈 좌석들에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특히 아직도 생물학과 문화의 이분법을 진리인양 배우고 있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많이 탔으면 좋겠습니다.
"물 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지성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죠. 별 뜻 없이 쓰이는 표현입니다만, 대단히 심오한 진화적 의미를 담은 말입니다. 며칠 전 [우리 안의 물고기Your Inner Fish]라는 책에 대해 뉴욕타임즈의 저널리스트 나탈리 앤저가 쓴 기사를 보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사에 다 나와 있습니다만, 한국어로 잠깐 요약하죠. 우리가 인간성을 규정짓는 특질로 흔히 칭송하는 신체적, 행동적 형질들은 사실 물고기들이 옛날 옛적에 발명한 것들이라는군요. 예를 들어, 1. 단단한 두개골에 싸여 있고, 각종 감각 기관들이 편리하게 부착된, 크고 중앙집중적인 두뇌가 맘에 드시나요? 머릴 발명한건 물고기랍니다. 2.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코 등등 감각 기관들이 좌우 대칭으로 나 있는 것? 감각기관들을 쌍으로 착용한건 물고기랍니다. 3. 근육이 달린 턱, 에나멜로 싸인 이빨, 음식을 맛보거나 연설을 할 수 있는 혀 등등이 달린 입? 이렇게 복잡한 입을 발명한 것도 물고기랍니다. 우리가 말하게 해주는 턱근육 등은 전부 아가미에서 나왔대요. 4. 꼿꼿이 서게 해주는 척추? 척추 발명한 것도 물고기랍니다. 그 외에도 여러 행동적 특질의 유사성 등이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척추동물의 진화 계통수는 사실 물고기의 계통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군요. 이 책의 저자는 2004년에 틱타알릭이라는, 어류와 양서류의 중간 단계 화석 "틱타알릭Tiktaalik"을 발견하기도 했던 슈빈 박사입니다. 아직 책은 주문조차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만, 기사만 보고서도 제 옆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의 일종으로 보이길래 혼자서 괜히 재미있어했습니다. 사실 인간은 수백만년전에 아프리카 초원에 살았던 유인원의 후손일 뿐만 아니라 시간을 더 거슬로 올라가면 틱타일락 같은 물고기의 후손이기도 하죠. 그러니 침팬지만 사촌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우리와 조상을 (단지 조금 더 먼 시간에) 공유하는 고등어나 금붕어에 대해서도 은근한 동류의식을 느껴야 겠죠?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 끝무렵에서 인간의 상식이나 이해력은 사실 인간 종의 생존과 번식에 필요했던, 아주 좁은 범위의 시공간에만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과학이야말로 인간의 상식을 초월하는 경이로움을 제공해준다고 역설합니다. 제 블로그 간판으로 삼은, 할데인의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보다 더 기이한(Queerer than we CAN suppose)"도 같은 맥락이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 발 달리고 비늘 없는 물고기로 보여서 혼자속으로 키득거릴 수 있는 특권은 오직 우리 인간종이 과학을 발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그러니 우리 제발, 도킨스 말 마따나, 어떤 의견이 수천년전에 몇몇 책에 쓰여졌기 때문에, 그리고 매주 특정한 곳에 함께 모여서 그 의견들이 진실이라고 교육받아왔기 때문에 그것들이 참이요 진리요 사실이라고 무턱대고 믿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혼자 믿으면 좋은데 남들에게도 참이요 진리요 사실이라고 강요하니까 각종 분쟁이 벌어지죠. 예컨대 창조론자들이 지구는 몇천년전에 단 6일만에 창조되었다고 역설할 때 쓰는 입과 턱 근육도 몇 억년 전 물고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거죠. 물고기 조상님들이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맥그라스라는 사람이 쓴, [도킨스의 망상?]이라는 책이 출간되었길래 서점에서 한 번 뒤적여봤습니다. [God Delusion]을 [만들어진 신]으로 김영사에서 내놓는 바람에 이 책을 번역출간한 살림출판사가 애로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책 디자인을 김영사판과 아주 흡사하게 흰색과 빨간색으로 해놓았더군요. 이런거는 아무 문제 없나? --; 책의 논지의 상당부분은 "도킨스의 태도가 글러먹었다"더군요. 마치 진중권씨 글에서 논증은 제쳐두고 말투가 버릇없다는 점만 사람들이 주로 씹듯이 말이죠. 저자가 분자생물학 박사학위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과학적인 반박도 하는 것처럼 포장해놓았던데, 과학적인 반박은 별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도킨스는 무신론을 숭상하는 과학만능 근본주의자다라고 공격하기에만 열심인듯 했습니다. 이런 책의 앞장에 잔뜩 찬사를 바친 국내 신학자들, (신을 믿는) 생물학자들, 목사들.... 참 할 말 없습니다. 아래는 도킨스 홈페이지에서 찾은 도킨스의 짧은 반박입니다. << 내가 독단적이라는 비판자들의 오류>> 맥그라스 경은 이제 내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두 번째 책을 출판했다. 신학 교수가 내 등에 업어 타고 자기 커리어를 쌓고 있다고 말한다면 내가 너무 "까칠해" 보일까? 예이츠를 인용하고 ("자기 몸의 벼룩을 칭찬한 개가 언제 있었던가?") 그냥 내버려두고 싶지만, 짧게 반박하자. 맥그라스는 내가 과학의 한계에 대해서 나의 영웅인 피터 메다워 경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정반대로, 나는 우리 과학자들이 얼마나 무지한가를 되풀이해서 강조해왔다. 내 책 [God Delusion]은 이 주제를 다루며 끝난다. 물리학의 법칙이 어디서 왔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과학자들은 이러한 심오한 문제들에 천착한다. 정직하고 인내심 있게. 언젠가 이런 문제들은 풀릴지 모른다. 아니면 결코 풀 수 없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린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다른 과학자들이 우리는 모른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반면, 맥그라스같은 신학자들은 어떠한가? 그는 안다. 그는 (삼위일체를 선포하는) 니케아 신경을 받아들인다. 셋이 사실은 온전한 하나인, 아주 특정한 초자연적 지성이 우주 만물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넷도, 둘도 아닌, 셋이 하나가 되는. 기독교의 교리는 놀랄 정도로 상세하다. 우주와 생명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예수의 신성, 원죄와 구속, 천국와 지옥, 기도와 절대 도덕에 대한 심오한 문제들에 대해 명확하고 깔끔한 대답을 제공한다. 그런데도 맥그라스는 내가 과학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준다는 순진한 믿음을 퍼뜨린다고 공격한다. 기독교 교리처럼, 다른 종교의 교리도 아무 증거가 없는데도 엄청난 확신으로 저마다의 대답을 내놓는다. 맥그라스는 아마도 힌두교, 올림푸스산의 그리스신화, 바이킹 신화 등의 다신교를 부정할 것이다. 그는 부두 마법에도 혹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서로 상반되는 민속 신앙들도 믿지 않을 것이다. 맥그라스가 토르 신의 망치를 믿지 않으니, 우리는 그를 "이데올로기 광신자"로 낙인찍어야 하나? 물론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그는 그가 그토록 강하게 주장하는 - 아무 증거도 겸손함도 없이- 어느 특정한 신을 내가 안 믿는다는 사실때문에 나보고 "이데올로기 광신자"라고 한단 말인가? Behavioral Ecology라는 저널에 제 논문이 한 편 나와서 올립니다. 나온지는 일 주일 좀 넘었는데 아직 온라인 상에서만 먼저 볼 수 있고 종이 저널로 나올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듯... Do parents play favorites with their older and younger offspring? In many birds and mammals including humans, offspring in a family differ in age. Remarkably, it is not an easy task to predict how a parent would adjust its investment in relation to the age of offspring.
너무 오랫동안 블로그를 방치한 터라 면목 없습니다. 일단 면피용으로 고대신문사에서 부탁받고 쓴 글을 링크합니다.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8주짜리 진화심리학 강좌를 다음 달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듣는 분들이 대개 대학생이나 '교양있는 문외한'이라는데 과연 진화심리학의 어떤 내용을 듣길 원할지 감이 잡히지 않네요.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차이, 유전자 관점의 신다윈주의, 본성/양육 논쟁 같이 추상적인 이야기도 해야할 것 같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진화심리학이 확립되었는지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고, 다 필요없고 그냥 짝짓기나 협동 같은 구체적인 연구내용등을 더 강조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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